알코올중독, 입원만 시키면 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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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중독, 입원만 시키면 끝인가요?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있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들은 그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도 미안하다며 같이 어머니를 안아주면 좋으련만 아들은 그저 어머니의 눈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20년만에 처음으로 들어보는 어머니의 진심어린 사과가 그저 뜻밖이고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아들은 20살이 된 무렵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적당히 마시기만 하면 좋을텐데 한번 마셨다 하면 꼭 사고가 나야지만 멈출 수 있었다. 매일같이 아들이 다치던 아니면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멈추었다. 고삐풀린 망아지, 폭주기관차, 브레치크 고장난 사고뭉치 자동차였다. 어디서 저런 아들이 나왔을까 하며 하늘을 원만했고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결국 여기저기 알아보고 수소문한 끝에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어미의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야 맞을 텐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생업에도 집중할 수 있었고, 아들이 술 마시는지 안마시는지 감시할 필요도 없었다. 혹시나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는 것은 아닐까 매일같이 노심초사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퇴원을 종용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그냥 무시해버리거나 받지 않아버리는 수고로움만 버틴다면 그저 그냥 살만한 세상이었다. 절대 다시는 술을 먹지도 쳐다도 보지 않겠다는 아들의 다심을 믿었으나 6개월만에 퇴원한 아들은 퇴원한 날 저녁 몰래 다시 술을 마셨고 한번 시작한 음주는 병원 입원 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매일같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거나 병원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 밥벌이도 해야 했고 아들 뒷꽁무니만 쫒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다시 정신병원에 아들을 강제입원시켰다. 다시 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6개월은 또 나름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20년 동안 수십 번의 입원을 반복하면서 아들은 퇴원과 동시에 바로 술을 마셨고 그리고 나서는 자기발로 병원에 들어갔으며 어머니도 의례 그냥 병원에 데리고 갔다. 저 중독자 아들이 더 좋아지거나 치료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버린지 오래였고 그저 어미가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서로 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신병원을 이용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아들은 평생의 숙제였고, 애까심이었으며 술 하나도 끊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정신병자였다.

 

어머니는 우연히 아들이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진행하는 알코올중독 가족교육에 참석했다. 주치의가 한 번만 와보라고 해서 그저 못난 아들을 맏겨 놓은 죄송스러운 마음에 형식적으로나마 얼굴이나 비춰야 겠다는 마음이었다. 첫 날의 주제는 “알코올중독은 뇌의 병이다”라는 제목이었다. 제목만 봤는데도 머리가 갑자기 멍해졌다. 알코올중독이 뇌의 병이라는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 20년 넘게 아들을 비난하고 못난 아들 취급만 했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고 못난 어미라는 생각을 했다. 매주 어머니는 한 번도 빠짐없이 가족교육에 참여했고 알코올중독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가둬두기에만 급급했던 못난 어미의 책임을 통감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만날 때 마다 진심을 담아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고 아들은 차츰 어머니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 뒤 1차례 아들의 재발이 있었고 어머니는 재발한 아들을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면서 처음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진작부터 느꼈어야 하는 고통이었으나 진심으로 그 고통을 느끼기까지 20여년의 세월을 돌아왔다. 진작에 가족교육을 받았더라면 아들의 상처가 저리 깊어지지 않았을 텐데… 20년간의 아까운 허송세월을 보내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라는 후회의 마음이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리만큼 아파왔다. 마지막 재발 이후 아들은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단주교육에 진심으로 참여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가족교육에 모시고 왔다. 부모님이 모두 자신을 위해 열심히 교육을 다니고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며 아들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의 부모님의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가 서서히 눈 녹듯 녹아들고 있었다. 아들은 이제 병원에서 제공하는 중독자 회복을 위한 교육을 이수하고 회복자 동호회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단주자들의 모임인 AA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병원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생전 처음으로 직장생활에 도전하였으며 이제 곧 첫 월급을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했고 이제 가족회복을 위한 가족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제 아들의 회복보다는 중독자의 가족으로서의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기 위해 매주 금요일 가족모임에 참여한다. 주치의로서 이번의 아들의 단주를 위한 도전이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가족의 각자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이 가족의 화해와 행복은 점점 더 깊어 질 수 있을 것이는 사실은 확신한다.

 

알코올중독은 중독자 및 그 가족 모두가 위로 받고 치료받아야 하는 가족병이며 가족이 회복을 위한 치료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을 때 모두가 원하는 회복이 좀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광주광역시광산구중독관리센터장
보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한석

2019-07-01T09:30:06+09:00